임진왜란 때 의병의 선봉장으로 왜군과 싸우다 7백 의사와 함께 장렬히 순국(殉國)하신 중봉선생은 김포읍 감정리에서 출생한 분이다. 이 분은 어려서 집은 가난했지만 글공부를 하고 싶어서 이웃 동네의 글방에 다녔다. 서당에 가려면 도중에 여우재고개라는 고개를 넘어서 다녀야 하는데, 하루는 서당을 가느라고 이 고개를 넘어가는데 예쁜처녀가 나타나더니 중봉선생을 껴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런 일이 있은 후로는 날마다 그 처녀가 나타나서 입을 맞추곤 했는데, 하루는 서당선생이 중봉선생을 보고서 "너는 어째서 얼굴에 화색이 없고 병색이 되어 가느냐? 너 요새 무슨 일이 생긴 게 아니냐?" 하고 물었다. "아니요, 아무 일도 없습니다. 저는 모르겠습니다."하고 중봉이 대답했다. 그러나 서당선생은 재차 "너 서당에 오는 도중에서 이상한 일을 당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쳐 물었다. 이에 중봉이 "예, 있었습니다. 서당에 오느라고 고개를 넘노라면 예쁜 처녀가 나타나서 강제로 입을 맞추곤 했습니다. 벌써 여러날 그랬습니다." 선생은 이 말을 듣고 "그 처녀하고 입맞출 때, 그 처녀가 무슨 구슬 같은 것을 네 입에다 넣었다가 다시 제 입으로 가져가지 않더냐?"하고 물었다. 중봉이 "그랬다"고 하니까 선생은 "그 처녀는 인간이 아니고 여우가 둔갑한 처녀인데 그 여우가 네 정기를 빼앗아가느라고 그러는 것이다. 그러니 다음에 입을 맞추고 구슬을 네 입에 넣거든 입을 꽉 다물고 돌려주지 말고 거기서 쏜살같이 뛰어오너라"하고 일렀다.
중봉은, 선생이 이른 대로 그 처녀가 입을 맞추고 넣어준 구슬을 입에 문 채 처녀를 떠밀고는 달려오려고 했다. 그랬더니 처녀는 중봉을 붙잡고 구슬을 도로 빼앗으려고 달려들었다. 중봉이 뺏기지 않으려고 둘이 한참 옥신각신하다 중봉이 그 구슬을 삼켜버렸다. 그랬더니 처녀는 흰 여우로 변해서 슬피 울며 숲 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나서, 중봉이 서당에 갔더니 선생이 그 구슬을 가져왔거든 내어놓으라고 했다. 중봉이 "여우에게 그 구슬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옥신각신하다가 삼켜 버렸습니다."하고 말하니, 선생은 "어허, 아까운 보배가 없어졌구나. 너는 그 구슬을 삼켰으니 지리(地理)는 환히 알지만 천문(天文)은 모르게 될 것이다." 이렇게 말하고 "그 처녀는 원래 여우인데 사람의 정기를 빼앗아 먹고 사람이 되려고 너한테 달려들어서 네 정기를 빼앗아 먹던 중이었다. 그것이 안되어 여우로 되돌아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중봉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 통진 앞바다에 난데없이 대팻밥이 떠밀려오므로 사람들이 중봉선생께 무슨 징조인가 물었다. 중봉이, 그것은 왜놈들이 우리 조선을 침략하려고 수 없이 배를 만드느라고 대패질한 그 대팻밥이 우리 조선에까지 흘러와서 그렇다고 말했다. 중봉이 그 여우 구슬을 삼켰기 때문에 지상에서 일어나는 일이 모두 환히 알 수 있었던 것이다. 그 후 몇 년 안 가서 아니나 다를까 왜구가 조선땅을 쳐들어와서 온 나라가 잿더미가 되고 말았다.
옛날 가현산 밑에 조그마한 가현(歌絃)이라는 마을에 나무를 해서 파는 나무꾼이 있었다. 노모와 처자식을 거느리고 어렵게 살았는데 어느 날 나무꾼이 지게를 지고 나무를 하러 가현산 깊은 산속에 들어갔다가 호랑이를 만났다.
호랑이가 나무꾼을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데 나무꾼은 호랑이에게 대항도 도망도 할 수 없어 지게를 진 채 업드려 형님이라고 말하면서 반갑게 다가서자 호랑이는 어이가 없어 호통을 쳤다. 그러자 나무꾼은 어머님이 늘 말씀하시는 형님이야기를 했다. 형님은 어릴적에 산으로 나무를 하러 갔다가 살았는지 죽었는지 돌아오지 않았으며 어머니 꿈속에 형님이 호랑이가 되어서 나타나곤 하여 호랑이로 변신(變身)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호랑이는 가만히 생각해 보니 어디서 태어났는지 부모님이 누구인지 생각이 나지 않자 자기가 그 나무꾼의 형님으로 알고 이 모양으로 어머님 앞에 나타날 수 없다고 말하며 한 달에 두 번씩 돼지 한 마리를 갖다 줄 터이니 동생이라도 어머님을 잘 모시라는 것이었다. 이리하여 나무꾼은 죽을 고비를 간신히 넘기고 집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그 후 정말로 한 달에 두 번식 초하루와 보름날에는 뒷물 울타리 안에 돼지 한 마리씩이 놓여 있었다. 호랑이가 약속대로 갖다 놓은 돼지였다.
그 해가 가고 겨울이 되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그 후부터는 돼지도 호랑이도 만나볼 수가 없었다.
나무꾼은 웬일인지 궁금하게 지내다가 하루는 산으로 돌아가 보았다. 호랑이 집 주위에서 귀여운 호랑이 새끼 세 마리를 만났는데 꼬리에 베 헝겁을 매달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무꾼은 하도 이상하여 물어 보았더니 호랑이 어머니는 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말을 듣고 그 날부터 굴 밖으로 나가지도 않고 굴 속에만 들어앉아 음식도 안 먹고, 어머니, 어머니만 부르며 울다가 죽었다는 것을 새끼 호랑이가 나무꾼에게 말하였다. 이 말을 들은 나무꾼은 자기가 죽을까봐 거짓으로 호랑이를 보고 형님이라고 한 것이 정말로 호랑이가 의리를 지키고 어머님께 효성을 다한 것에 감탄하여 눈믈을 흘렸다는 전설이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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